강화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어렵잖게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한 칸, 두 칸, 세 칸 지나쳐 가다 맘에 드는 자리의 창가 쪽에 앉았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맘에 드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모든 연석 두 자리 중 한자리마다 사람들이 앉고, 이제부터는 자리뿐만 아니라 사람도 선택해야 되는 사람들이 탑승하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의 우선조건은 보통 남자는 남자를 여자는 여자를 선택한다. 그마저 선택이 불가능해지면 빈자리라는 조건만을 찾아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지.
나는 이런 때에는 기분이 묘한게 뭐랄까 선택받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가 있다. 내 옆에는 누가 앉게 될까? 솔직히 말해서 남자가 옆자리에 앉는다고 해선 두근거리진 않겠지-
하지만 오늘은 내 옆자리는 빈 채로 더 이상 사람이 타지는 않았다. 다만 한 칸 건너서 옆의 옆자리에 전신거울만한 크기의 짐을 들고 탄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의 자리 앞에 세워두고 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이 꽤나 불편해 보였다. 호기심에 지켜보고 있으니 내 옆자리를 힐끗 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 옆의 빈자리에 세워두고 싶은 거겠지. 1시간 30분이나 가야하는데 잠도 못자고 불편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제 옆에 두셔도 되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평소처럼 불필요한 걱정이 하나둘씩 피어올랐다. ‘만약 저게 되게 예민한 물건이라서 계속 붙잡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물건이면?’ 당연히 거절당할 것이다. 기타 여하의 조건들을 생각하여 머뭇머뭇. 2정거장이 지나고 내 옆에도 다른 사람이 앉게 되었다. 덕분에 이제 말을 걸 여지는 없어졌고, 맘편히 턱을 괴고, 잠을 청했다. 그러다 잠을 깨니 종점을 30분정도 앞두고 간이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옆에 큰 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도, 그리고 내 옆자리의 사람도, 내 걱정과는 다르게 그 사람은 큰 짐을 빈 옆자리에 세워두고, 못 잤던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세워두면서 잠깐 몇 마디라도 이야길 나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작은 후회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면 그것은 언젠가 후회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의 후회는 아마도 서울에 올라와서 홀로살기를 하면서 점점 대화를 잃어가는 나 자신의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갈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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